성서대학

53. 구약성서 안의 히타이트

2016.09.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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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3:19-20 “그 후에 아브라함이 그 아내 사라를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 굴에 장사하였더라 (마므레는 곧 헤브론이라) 이와 같이 그 밭과 그 속의 굴을 헷 족속이 아브라함 소유 매장지로 정하였더라.”

 

우리에게 세계 최초 철기 사용국으로 알려져 있는 히타이트는 구약성서에 헷족속으로 나타나 있다. 히타이트는 주전 18세기에서 12세기까지 소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강성했던 나라다. 그들의 최전성기 때에는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이집트와 맞설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했다. 고대 역사 기록에 의하면 출애굽 당시 파라오인 라암셋 2세와 히타이트 왕 사이에 세력확장에 의한 충돌로 카데쉬에서 큰 전쟁이 있었는데 결국 자웅을 가리지 못하고 서로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것이 세계 최초의 평화협정이었던 카데쉬 협약이다. 당시의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크리스티앙 자크의 <라암셋>에 잘 묘사되어 있다. 이렇듯 세계사 속에 나타난 히타이트인들은 이집트, 앗시리아와 함께 고대 오리엔트의 3대 제국으로서의 위용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구약성서에서 히타이트 제국은 역사상에 나타난 그들의 위상과는 달리 이집트나 앗시리아와 같이 그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지도 않은 채 헷사람이라는 말로 간혹 나타나고 있다. 그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건으로는 우선 창세기 23장으로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그를 장사하기 위해 헤브론 땅의 막벨라굴을 헷사람에게 사는 사건 보도와 사무엘하 11장에서 헷사람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의 부정을 저지른 사건 보도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나타난 구약성서의 하타이트인들은 아브라함 사건에서는 아내를 잃고 슬퍼 경황이 없는 아브라함에게 비싼 가격에 땅을 파는 비열한 사람으로 나와 있고, 다윗과 밧세바의 사건에서는 남의 나라에 용병으로 와 있는 불쌍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구약성서는 히타이트 제국의 존재를 모르는 듯이 히타이트인들을 한결같이 보잘것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구약성서의 히타이트에 대한 이러한 보도의 이유는 역사적 정황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브라함 시기 (주전 19세기) 는 히타이트의 전성시기가 아니었으며 그들의 전성시기(주전 18-12세기)에는 이스라엘이 아직 체제를 정비하지 않은 관계로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다윗의 시대(주전 10세기)에는 히타이트가 소아시아 서쪽으로부터 밀려온 해양족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여 제국이 붕괴되고 뿔뿔이 흩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미약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약 1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야즈칼레’가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였던 하튜사이며 20세기 이후 발굴되었던 흔적들이 당시 도시의 거대한 위용을 짐작케 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발견된 유적들은 이스탄불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카데쉬 협약 점토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아나톨리아 문명 박물관은 히타이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터키 성지순례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코스로 권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