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학

55. 세겜과 요셉의 무덤

2016.09.14 19:07

관리자 조회 수:447

여호수아 24:32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서 이끌어 낸 요셉의 뼈를 세겜에 장사하였으니 이곳은 야곱이 세겜의 아비 하몰의 자손에게 금 일백개를 주고 산 땅이라 그것이 요셉 자손의 기업이 되었더라.”

 

세겜은 이스라엘 지도의 정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남과 북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다. 에발산과 그리심산 사이의 분지에 위치하고 있는 세겜은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났던 아브라함이 이 도시를 지나가며 성서에 등장해 믿음의 조상들의 행적을 보도하는 창세기에서 종종 나타나는 교통도시다. 이후의 역사에서 세겜은 북이스라엘의 최초의 왕인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수도로 정하여 역사의 중심에 떠올랐지만, 낮은 분지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고대시대 전략의 요충지가 되지 못해 이후 수도가 디르사, 사마리아로 옮겨가 다시 교통의 중심지 역할만을 하게 되었다. 왕국이 망한 후에는 전략의 요충지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어 파괴를 면할 수 있었고, 앗시리아의 민족 혼합정책의 피해를 면한 잔류민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종교중심지가 되어 그리심산에 성소를 세우고 북이스라엘 사람만의 전통을 지켜내려 왔었다. 신약시대 예수님께서 우물가에서 여인과 대화를 나누었던 수가성이 구약시대의 세겜이다.

그런데 정작 세겜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조상 요셉의 묘지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요셉은 이집트에서 죽기전 자신을 고향 땅에 묻어달라 유언한 뒤 그 곳에서 장사되지 않고 입관되기만 한다. 이후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였을 때, 그의 유해를 함께 가지고 나와 40년 광야 생활을 보낸 뒤 마침내 여호수아가 땅을 정복한 이후 세겜 땅에서 장사를 지내게 된다. 현재 요셉의 무덤은 세겜(아랍명: 나블루스)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유대교의 성지이자 이스라엘인들의 주요 기도처이며, 돔형 지붕의 건물내부에 요셉의 관과 유대교 경전인 토라 등이 보관돼 있다. 그러나 이 장소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요단강 서안(West Bank)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곧잘 충돌이 벌어지곤 하였다.

2000년 9월 28일, 당시 이스라엘의 야당 지도자였던 아리엘 샤론(현 총리)이 이전 솔로몬의 성전이 서 있던 장소이자 지금은 이슬람의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샤론은 극우파로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고 성전을 다시 건축하자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음)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은 천여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열흘이상 지속되다가, 그해 10월 7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흥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세겜에 있는 요셉의 무덤을 훼손하면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원래 요셉의 무덤의 관리는 이스라엘이 관할하였으나 사방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둘러싸여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있을 때면 종종 충돌이 빚어지곤 하였다. 이 때는 분쟁이 워낙 치열하여 경비를 서던 이스라엘 군인들이 모두 철수한 뒤 훼손사건이 일어났다. 요셉의 무덤의 파괴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을 분노하게 하였고 이스라엘의 정책이 강경책으로 선회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복잡하게 얽혀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관계 같이 세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분쟁 상황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