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학

사사기 4:14-15 “드보라가 바락에게 이르되 일어나라 이는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네 손에 붙이신 날이라 여호와께서 너의 앞서 행하지 아니하시느냐 이에 바락이 일만명을 거느리고 다볼산에서 내려가니 여호와께서 바락의 앞에서 시스라와 그 모든 병거와 그 온 군대를 칼날로 쳐서 패하게 하시매 시스라가 병거에서 내려 도보로 도망한지라.”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위대한 여성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드보라는, 하솔의 가나안 왕 야빈이 이스라엘을 쳐들어 왔을 때 이들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원한 사사였다. 드보라는 철병거 900승을 거느리고 이스라엘을 20여 년 동안 학대한 가나안 왕 야빈과 그의 군대장관 시스라에게 대항하였는데 당시 변변한 무기를 가지지 못했던 이스라엘이 중무장한 가나안의 철병거 군단과 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싸움이었다.

성서에 의하면 드보라의 군대는 다볼산에 있었고 시스라의 군대는 기손강에 있었다. 하나님께서 함께 싸우신다는 드보라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군대장관 바락이 진격하여 시스라의 병거 부대를 격퇴하였고 전쟁에서 패한 시스라는 병거에서 내려 도보로 도망하다 야엘이라는 여인에 의해 살해되었다. 성서는 여호와께서 대신 싸운 성전(聖戰)에서의 이스라엘 승리를 선포하고 있다.

그런데 성서의 말씀을 읽을 때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가나안의 철병거 900승이 싸움다운 싸움도 하지 못하고 괘멸되었나 하는 것과, 시스라가 도망할 때도 왜 빠른 병거를 타지 않고 도보로 내려 도망갔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성서를 바라볼 때 해결 될 수 있다.

즉, 드보라가 가나안의 철병거와 정면으로 대항하여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드보라의 군대는 이스르엘 평원 위에 우뚝 서 있는 다볼산에 진을 치고 철병거 부대가 오를 수 없는 산 위에 위치하여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반면, 시스라의 병거 부대가 위치한 기손강가는 병거가 달리기는 좋은 평지이지만 배수 시설이 잘 된 도로가 아닌 진흙 평원이기 때문에, 비가 올 경우 병거는 물론 걷기 조차 힘든 지역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나안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대치하고 있다가 결정적으로 기손강이 넘칠 정도로(기손강은 조그마한 시내이다) 비가 왔고 가나안의 병거가 뻘밭같이 변한 진흙속에서 움직이지 못할 때 드보라의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

이 싸움에서 가나안의 병거 부대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배하였고 시스라는 병거를 버리고 도망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성서는 이 모든 일들을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앞에서 싸우신 결과로 보도하며 구체적인 기후적, 지리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사기 5장 드보라의 노래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위와 같이 충분히 추측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기손강물이 그들을 휩쓸어 갔고 옛 강 기손의 물결이 그들을 휩쓸어 갔다.”(삿 5:21, 표준새번역)

결론적으로 드보라는 부족한 군사력을 가지고도 가나안지역의 지리적 특징을 이용하여 막강한 철병거 군단을 물리친 뛰어난 군사적 전략가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