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학

3. 누구의 말인가?

2016.09.14 18:14

관리자 조회 수:107

           욥8:7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욥기 3-31장에 나타나 있는 욥과 세 친구와의 대화를 읽을 때 많은 독자들 중 아마도 그 뜻을 이해하며 읽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장엄하고도 멋있는 이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단지 주변인으로서 이해 안 되는 글을 의미없이 읽어갈 뿐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겨났다. 그들은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자 주변 문맥이야 어떻든 또는 누구의 말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아무 생각없이 밑줄을 긋고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구절이 욥기 8장7절이다. 이 구절은 성도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구절일 것이다.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성공을 꿈꾸고 있는 많은 가게의 장식용 액자에서 이 구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또한 많은 목사님들이 이제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는 성도들을 축복할 때 이 구절을 즐겨 선택하고 있는 것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누구의 말인가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말은 하나님의 말씀도 아니고 입술로 범죄하기 전 상태의 의인 욥의 말도 아닌 욥의 친구 수아사람 빌닷의 말이다. 빌닷을 비롯한 세 친구들은 욥의 고난에 대해 고난의 이유가 욥이 분명 하나님을 향해 무슨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며 시종일관 욥을 비난하는 자리에 서 있다. 그들은 욥이 자신의 무죄함을 주장할수록 더욱 집요하게 하나님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욥을 정죄하였다. 그결과 고난 가운데서 입술로 범죄하지 않은 의인 욥도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을 향해 큰 비난을 퍼붓고 있는 장면이 욥기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욥기 8장7절의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욥이 자신의 무죄함을 계속 주장하자 수아 사람 빌닷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치 바람 같네 그려. 하나님께서 바른 것을 틀렸다고 하시겠는가? 전능하신 분께서 옳은 것을 글렀다고 하시겠는가?... 자네만 흠이 없고 진실하다면 이제라도 하나님께서 일어나시어 자네가 떳떳하게 살 곳을 돌려주실 것일세”(욥8:2-6)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처음에는 보잘 것 없겠지만...”(욥8:7)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을 빗대어 욥을 비난하고 있는 세 친구의 주장에 대해 하나님은 단오하게 말씀하신다. “너와 너의 두 친구를 생각하면 터지는 분노를 참을 길 없구나”(욥42:7). 다시말해 하나님께서는 마치 심판자의 입장에서 욥을 정죄한 세 친구들의 말이 정당하지 못하였음을 분명히 말씀하시고 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말씀의 전후문맥만 살펴보더라도 욥에 대해 불손한 동기에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하고 있는 빌닷의 대사인 “네 처음은 미약하지만...”을 모든 상황을 생략한 채 그 내용이 마음에 든다고 무작정 인용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차라리 성도를 향해 복을 빌어주고 싶다면 자신의 말로 복을 빌지 잘못된 성경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성경의 권위를 이용하려 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