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학

16. 불운한 영웅 사울

2016.09.14 18:29

관리자 조회 수:110

 삼상 13:8-9 “사울이 사무엘의 정한 기한대로 이레를 기다리되 사무엘이 길갈로 오지 아니하매 백성이 사울에게서 흩어지는지라. 사울이 가로되 번제와 화목제물을 이리로 가져오라 하여 번제를 드렸더니 번제 드리기를 필하자 사무엘이 온지라”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사울 왕의 행적이 기록된 사무엘서에 의하면 사울은 겸손하게 여호와를 경외하던 처음 마음을 버리고 교만하게 행동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성서의 이면을 살펴볼 때 그는 부족한 환경속에서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지만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한 사람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울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다. 베냐민 지파는 유다 지파나 에브라임 지파와 같이 세력이 막강한 지파가 아니라 사사기 19장 이하에 나오는 ‘레위인 첩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머지 지파들에게 응징을 받아 간신히 멸족을 면한 지파였기 때문에 그의 지배권은 처음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울은 그의 훤칠한 용모와 뛰어난 용맹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능력이 몇몇의 전쟁을 통해 검증되어 점차 전체 지파의 신망을 얻은 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중 당시까지 이스라엘보다 군사력과 문화면에서 한 단계 위에 있었고 내륙진출을 꾀하던 해양민족 블레셋과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르게 되었다.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블레셋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말미암아 촉발된 전투는 블레셋이 군대를 소집하여 이스라엘을 응징하러 왔을 때 블레셋의 군대는 병거가 3만, 마병이 6천, 백성은 해변의 모래와 같이 많았다. 반면 사울을 쫓는 군사는 2천명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 중 대부분도 불리한 전세를 보고 몰래 도망하고 있었다. 보통사람 같으면 전쟁을 포기할 것도 같은데 용맹한 사울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후방인 길갈에 가서 6백명 남짓한 군사를 소집하여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전장으로 떠나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촌음이 아까운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7일만 기다리면 온다는 사무엘이 도착하지 않았다. 사울은 급한 마음에 자신이 번제와 화목제를 드렸는데 뒤늦게 도착한 사무엘은 사울을 무십게 책망하며 사울의 왕위를 하나님께서 끊으실 것을 선언하였다. 인간적인 면에서 최선을 다한 사울의 잘못은 무엇일까?
    사울의 잘못은 제사장만이 드릴 수 있는 제사를 왕이 드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사울 시대는 제장이 정확하게 분리되지 않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제사를 제사장만의 권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예로 후대 다윗이나 솔로몬이 직접 번제를 드렸지만 성경은 이들의 잘못을 책망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사울의 잘못은 무엇일까? 성서는 사울이 여호와께서 싸우시는 성전을 수행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수행하는 전투의 승리를 위해 여호와를 이용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즉, 사울은 여호와가 중심인 전투에 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인 전투에 여호와를 끌어들인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쟁에 임하는 태도는 후대 모든 것을 여호와께 여쭤본 후 전투에 임했던 다윗 왕과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이와같이 사울은 자신의 최선을 다했지만 그의 행위의 중심에 여호와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운한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